페이스북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가 태어난 1980년대 중반은 컴퓨터 산업이 급속히 발전하기 시작한 시기다. 스티브 잡스의 애플,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가 사무실과 집집마다 개인용 컴퓨터를 보급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저커버그의 아버지 에드워드는 특히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다. 직접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램을 짜서 병원 환자관리에 이용하고 병원과 집에서도 직접 만든 회계 프로그램을 사용해 수입과 지출 관리를 할 정도로 컴퓨터에 능숙했다.

에드워드는 자신이 컴퓨터 작업을 할 때 어린 저커버그가 옆에 착 달라붙어 호기심을 보이는 점에 주목했다. 저커버그는 단순히 컴퓨터 키보드를 이것저것 눌러보는 수준이 아니라 내부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려고 했다. 다른 아이들이 테트리스 같은 컴퓨터 게임에 빠져있을 때 저커버그는 “아빠, 컴퓨터 화면에 블록이 나타나게 만들려면 어떻게 하는 거예요?”라고 물었다. 만약 에드워드가 아들에게 “그런 건 나중에 학교 가서 배워.”라고 하며 귀찮아했다면 오늘날 페이스북은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에드워드는 아들이 아홉 살이 되자 직접 정식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가르쳤다. 저커버그는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이 아빠의 컴퓨터 교육을 받아들였다. 무서운 집중력을 보인 그는 컴퓨터 앞에 앉으면 게임에 빠져드는 또래 아이들과 달리 저커버그는 게임 자체를 만드는 일을 즐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에드워드는 아들의 실력이 자기보다 뛰어나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저커버그가 열한 살이 되자 소프트웨어 전문 개발자를 과외교사로 채용했다. 에드워드는 컴퓨터 산업이 미래에 아주 중요해질 것임을 직감하고, 아이의 영재성을 조기에 파악해 맞춤형 교육으로 아이의 재능을 더 크게 키워줬다.

저커버그는 아버지의 기대에 훌륭하게 부응했다. 저커버그가 열세 살 때의 일이다. 에드워드가 가족들과 식사를 하면서 “우리 치과의 직원이 소리를 지르지 않아도 환자가 도착했다는 것을 내가 알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하고 혼잣말을 했다. 아빠의 고민을 곰곰이 듣던 저커버그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아빠, 그거 제가 한번 만들어볼게요. 그동안 배운 컴퓨터 실력을 보여드릴게요.”

며칠간 컴퓨터를 붙잡고 씨름한 결과, 저커버그는 결국 문제를 해결할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 컴퓨터를 활용한 가족용 네트워크 ‘저크넷(ZuckNet)’이 탄생한 것이다. 가족의 이름을 따 만든 이 프로그램은 초보적인 메신저 프로그램으로 아버지의 병원과 집에 있는 컴퓨터들을 연결해 간단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이제 병원에 환자가 오면 컴퓨터에 딩동 소리가 나서 알 수 있어요.” 어린 저커버그는 의기양양하게 자랑했다.

저커버그의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과외교사도 이제는 저커버그를 가르치기 벅찰 정도가 됐다. 에드워드는 아들이 중학생이 되자 더 전문적인 교육을 지원해주기로 다짐하고 집 근처 지역대학인 머시 칼리지(Mercy College)의 컴퓨터 강좌에 아들을 등록시켰다. 대학 수준의 컴퓨터 강좌를 우수한 성적으로 이수한 그는 고등학교에 진학할 무렵에 이미 웬만한 대학 컴퓨터학과 졸업생 못지않은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기본적인 자질과 컴퓨터에 대한 열정에다 아버지 에드워드의 적절한 교육 방향, 전문기관의 심화교육이 시너지 효과를 낸 것이다.

※본 내용은 『IT천재, 부모들은 어떻게 키웠을까?』(김희섭 지음 / 깊은나무)에서 발췌한 내용으로 (주)북코스모스에서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