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은 지금 잘못 읽고 있다

서울 송파 어린이도서관과 노원 어린이도서관의 2010년 한 해 동안 대출 순위 베스트 10을 조사한 결과는 처참하다. 상위 랭킹 50위까지 조사해 보았지만 만화책이 아닌 책을 찾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다른 어린이도서관도 마찬가지였다. 『해리포터』 시리즈와 같은 판타지도 만화책 못지않게 인기가 높다. 판타지책의 중독성은 만화책보다 심해서 읽을수록 중독된다. 아이들이 만화책과 판타지책에 빠져드는 이유는 어휘력과 이해력 부족 때문이다. 호흡이 길거나 행간을 읽어야 하는 책은 읽기 어려워서 자연스럽게 이런 책에 빠져드는 것이다. 판타지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현실에 대한 욕구불만을 가진 경우가 많다. 아이가 지나치게 판타지에 심취해 있다면 자신의 열등감이나 불만을 해소하고 대리만족의 수단으로 여기고 있는 건 아닌지 점검해 봐야 한다.

고전이 만들어 낸 기적들

유대인들은 어려서부터 철저하게 『토라』와 『탈무드』를 읽으며 자란다. 이 두 권은 유대인의 고전 중의 고전이다. ‘길을 가리키다’라는 뜻을 가진 『토라』는 성경의 모세 5경을 이른다. 한편 ‘배움’, ‘연구’라는 뜻의 『탈무드』는 유대교의 율법, 축제, 전통적 습관 등을 집대성한 책으로, 모두 20권으로 되어 있으며 1만 2,000여 페이지에 이른다. 유대인들은 매일 이 책들을 읽고 가족과 함께 토론한다. 토론 과정에서 부모는 끊임없이 자녀의 질문을 끌어낸다. 고전과의 만남이 깊어지면서 아이들은 자기가 평생 닮고 싶은 인물, 자신의 꿈과 비전을 발견하고 이는 열정과 도전의 원동력이 된다.

고전 100권 읽기 운동으로 삼류 대학에 불과했던 시카고대학을 85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명문으로 이끈 허친슨 총장은 다음 세 가지에 유념하면서 고전을 읽게 했다.

첫째, 자신의 모델을 정하라.
둘째, 영원불변한 가치를 발견하라.
셋째, 발견한 가치에 대하여 꿈과 비전을 가져라.

서술형 문제와 논술에 강해진다

읽기 호흡이 짧고 이해력이 부족한 아이들은 생각을 전개하거나 정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힘이 센 글쓰기를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스키마를 늘려야 한다. 스키마란 머릿속에 형성된 이해 방식으로, 어떤 새로운 것을 이해할 때 사용되는 구축된 정보와 지식이라고 할 수 있다. 배경 지식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책을 많이 읽은 아이일수록 스키마가 많이 형성되어 있고, 글쓰기를 잘한다. 이해와 사고에 집중하는 고전 읽기를 통해 깊고 긴 읽기 호흡을 키우고 다양한 스키마를 형성하는 것이다. 게다가 고전이 차지하는 제시문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초등학생 때 고전을 읽혀 사고하며 책 읽는 방식을 훈련하고 이해력과 스키마를 쌓아야 한다. 비단 논술뿐만 아니라 글쓰기를 위해서도 고전을 통한 사고능력은 엄청난 효력을 발휘한다.


지식을 가지고 놀게 한다

고전 문학에는 항상 문제와 갈등이 있고 등장인물들이 그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이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책을 읽으면서 ‘나라면 어떻게 할까?’, ‘이 문제의 결말은 어떻게 날까?’와 같이 나름대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게 된다.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자연스럽게 문제 해결력이 얻어진다. 또한 등장인물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통해 문제 해결법을 배우기도 한다. 예를 들어 『15소년 표류기의』의 소년들을 통해 갈등과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가난한 고아로 태어난 제인 에어가 현실을 극복하고 자기만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신분과 계급이라는 주어진 환경에 굴하지 않고 당당히 살아 나가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한번 습득한 문제 해결력은 전이력이 있어 비슷한 문제 상황에서도 그 능력이 발휘된다. 이는 우리가 고전을 가까이 하고 아이들에게 고전을 읽혀야 하는 절대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고전과 체험이 만나다

고전을 읽기 전이나 읽은 후 책 내용과 관련된 체험 활동을 하면 책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읽은 후 아이들에게 조별로 연극을 발표하게 했다. 아이들은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와 같은 명대사를 최대한 폼 나게 연기하기 위해 노력하는 등 저마다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자신들이 공연을 할 때는 긴장감과 흥분감에 짜릿해했고, 친구들의 공연을 볼 때는 생소한 모습들에 즐거워했다. 아이들은 연극을 통해 세계 문학의 젖줄이라고 일컬어지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는 것에서 더 나아가 400년 전의 셰익스피어와 생생하게 만나는 경험을 하였다.



본 내용은 『초등 고전 읽기혁명』(송재환 지음 / 글담출판사)에서 발췌한 내용으로 (주)북코스모스에서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