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학습보다는 정상적인 진도 속에서 난이도 높은 문제를 푸는 심화학습이 더 효과적입니다. 진도를 앞지르는 데 급급한 선행학습은 공부한 것을 기억 속에 저장하지 못해 학습 효과로 연결되지 못하며,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 습관을 방해하기 때문에 매우 해롭습니다. 예를 들어 고1 과정을 선행학습하는 중2 학생에게 자기 학년 수준의 어려운 문제를 냈을 때 맞히지 못한다면, 지금 배우는 고1 과정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조진표 와이즈멘토 대표이사의 말이다. 조 대표만이 아니라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성적을 올리고 입시에서 성공하려면 선행학습이 아니라 복습에 충실히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왜일까? 무엇보다 ‘입시 문제의 성격’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수능, 논술, 특목고 시험 등은 높은 수준의 사고력과 응용력을 요구하며, 이런 자유자재의 응용을 위해서는 매우 깊은 수준의 ‘개념 이해’가 꼭 필요하다. 거의 선생님처럼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개념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선행학습은 이러한 목표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공부 방법이다. 깊은 수준의 개념 이해를 얻는 데는 선행학습이 아니라 이미 봤던 개념을 다시 보는 복습이 더 적합한 학습법이다.

이 사실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자료가 하나 있다. 학습법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스터디코드가 지난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서울대학교 입학생 3,12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다. 연구 결과, 그들이 대학 입시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둔 비결은 선행학습이 아니라 깊이 있는 복습이었다. 스터디코드의 연구 결과를 통해 서울대학교 입학생과 일반 고등학생의 ‘방학 공부’ 패턴에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읽어낼 수 있다. 서울대생이 방학 때마다 ‘지난 학기 총정리와 복습’에 무게를 둔 반면, 일반 학생들은 ‘선행학습과 예습’에 치중했다.

서울대생들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장기적으로 누적된 실력과 사고력을 평가하는 수능 등 입시에서는 경쟁적으로 진도를 빼는 것과 같은 수박 겉핥기식 공부가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선행학습이 필요하고, 그것을 무리 없이 소화하는 학생들이 있다. 학교의 정상적인 교육 과정에서 다루는 주요 개념과 원리, 내용을 모두 이해하고 응용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심화 과정에서도 충분한 성취도에 도달한 학생들이 그들이다. 그들은 일반적인 상위권 학생이 아니라 석차 백분위 5% 안에 드는 최상위권 학생들이다. 이들만이 선행학습의 효과가 있고, 그것을 소화할 수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학부모들은 선행학습 프로그램에 경쟁적으로 아이들을 참여시킨다. 자녀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조급함 그리고 막연한 불안감 때문이다. 그 결과, 어떤 일이 빚어지고 있을까? 아이들은 효과도 없는 공부에 엄청난 시간과 노력, 비용을 낭비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선행학습의 효과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선행학습의 부작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학교 수업에 흥미를 잃고 집중하지 않는다. 둘째, 스스로 학습하기보다는 학원에 깊이 의존한다. 셋째, 성적의 기복이 상대적으로 심하며, 고등학교 때 성적이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 넷째, 잘못된 개념이나 부정확한 지식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배운 내용을 충분히 소화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선행학습을 계속하게 되면 결국 학습 기초가 부실해지고, 학원에 의존하는 버릇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본 내용은 『아깝다 학원비!』(사교육걱정없는세상 지음 / 비아북)에서 발췌한 내용으로 (주)북코스모스에서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