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 주기 운동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 책 읽어 주기 운동을 적극 펼치고 있다. 어린이책시민연대, 학교도서관문화네트워크, 도서관친구들 같은 여러 어린이 독서 운동 단체들이 책 읽어 주기 운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책 읽어 주기는 어린이들한테 부모가 해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일 가운데 하나다. 책을 읽어 주는 과정에서 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즐길 수 있고, 어린이들이 독서 세계로 자연스럽게 발을 내디딜 수 있고, 평생을 책과 함께 사는 길을 열어 주는 첫 문이 되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 가정에서는 부모가 자녀한테 책을 읽어 주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고, 도서관이나 학교에서 책을 읽어 주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최근에야 집이나 학교는 물론 도서관에서 ‘책 읽어 주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집에서는 부모들이 바빠서 한가롭게 책을 읽어 줄 시간이 없다고 하고, 학교에서는 교과서 진도 나가기도 벅차기 때문에 책을 읽어 줄 여유가 없고, 도서관에서도 어린이들한테 만화영화는 보여 주면서도 정작 도서관 활동에서 가장 기초가 되어야 할 책 읽어 주기는 안 하는 곳도 있다.

그래도 여러 단체에서 책 읽어 주기 운동을 펼치면서 젊은 부모들을 중심으로 책을 읽어 주는 일이 점점 더 활발하게 늘어나고 있어 반갑다. 이렇게 자녀들을 대상으로 책을 읽어 주는 일이 자녀가 글을 읽게 되거나 초등학생이 된 이후에도 멈추지 말고 지속되었으면 한다.

무리한 독서는 책 읽기의 적

“초등학교 1학년인데 책 읽기를 싫어해서 걱정입니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책을 천 권 정도 읽어 주었는데, 이제는 읽어 주는 것도 싫어하고 읽는 것도 싫어합니다. 이러다 책과 아주 멀어질까 걱정입니다.”

평소 이 어린이를 관찰하지 않아서 확실하게 알 수는 없지만, 이런 경우 독서 기피증에 걸린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어머니가 너무 무리하게 책을 읽어 주거나 읽으라고 강요한 결과 오히려 책에서 멀어져 버리는 것이다. 또 유아들이 읽을 만한 좋은 그림책을 백 권 뽑기도 어려운 현실인데 천 권씩이나 읽혔다면 너무 연령을 고려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읽히지 않았나 싶다.

그 어머니와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아이가 잠들기 전에 한두 권씩 읽어 주었다. 그동안 책을 좋아해서 어떤 책은 스무 번씩 읽어 준 것도 있다. 왜 책 읽기가 싫으냐고 물으니 글씨가 너무 많아서 싫다고 한다.”는 말을 했다.

이런 말을 종합할 때 어린아이한테 너무 무리하게 어머니 욕심대로 책을 읽어 주지 않았나 싶다. 아이가 잠들기 전에 책을 읽어 주는 것은 다정하고 포근하고 자연스러워야 한다. 무리하게 꼭 한두 권을 다 읽어 주고, 아이한테 다 듣고 자라고 강요해서는 안 된다. 어떤 경우는 한 권이 아니라 서너 장을 읽었을 때 아이가 스르르 잠드는 경우도 있다. 다 듣고 자라는 말을 하지 않았더라도, 그런 어머니의 마음이 분위기로 전해져 졸음을 참고 억지로 들어야 한다면 그건 어린아이한테 너무 큰 고역이 될 수 있다. 또 읽어 주기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자꾸 읽으라고 강요한 것은 아닐까? 그러니까 아이가 책은 글씨가 많아서 싫다고 한 것 아닐까?

아무리 몸에 좋은 약이라도 지나치게 먹으면 오히려 해가 됨은 너무 당연한 이치다. 독서가 좋다고 해도 부모의 욕심대로 무리하게 강요하면 오히려 책을 싫어하거나 심지어는 두려워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이런 경우 독서를 안 한다고 불안해하지 말고 쉬면서 기다리는 여유가 필요하다.